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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표는 도둑처럼 내 여행 예산을 훔쳐갔다
여행을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항공권 검색이었다.
검색창에 ‘인천 → 마다가스카르’를 입력하는 순간, 화면 가득 펼쳐진 숫자들 앞에서 나는 숨을 삼켰다.
₩2,800,000
₩2,130,000
₩2,550,000
도저히 믿기지 않는 숫자들.
“이건 무슨 비즈니스석이야?”
마다가스카르는 멀기만 한 나라가 아니었다.
비행기표가 장벽이자 관문이었다.
그날 밤,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계산기를 두드렸다.
이 예산으로는 도착도 전에 파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싸게 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전략을 바꾸었다.
‘비행기표를 나눠서 끊자.’
한 번에 가는 대신, 중간 기착지를 하나 넣는 것이다.
마침 뭄바이행 베트남 항공 특가가 눈에 들어왔다.
인천에서 뭄바이까지 왕복 약 52만 원.
인도 경유 전략, 발동!
이제 두 번째 퍼즐.
뭄바이 → 마다가스카르
에티오피아항공과 케냐항공,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두 항공사 모두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항공사이지만 루트와 소요시간, 환승 공항의 컨디션은 제각각이었다.
나는 엑셀 시트를 열고 비교표를 만들었다.
- 에티오피아항공: 뭄바이 → 아디스아바바 → 마다가스카르 (총 소요 3일, 환승 1회)
- 케냐항공: 뭄바이 → 나이로비 → 마다가스카르 (총 소요 2일, 환승 1회)
에티오피아항공이 약간 저렴했지만, 아디스아바바 공항은 이전에도 몇 차례 후기에서 봤던 긴 대기 시간, 낙후된 시설, 환승 스트레스가 떠올랐다.
그에 비해 케냐항공은 전체 비행시간이 1일 이상 짧았고, 나이로비 공항의 환승 환경도 훨씬 안정적이라는 평이 많았다.
3일 동안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서 긴 대기 시간을 견디는 것보다 차라리 하루 빨리 도착해서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 나무를 더 오래 보는 게 낫겠다는 결론이 났다. 결국, 나는 케냐항공을 선택했다.
예약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내 심장은 두근거렸다.
이건 단순히 ‘싼 항공권’을 구한 것이 아니었다.
이건 내가 직접 조합한 루트, 누구의 여행사도 짜주지 않은 나만의 여정 설계도였다.
마다가스카르까지 가는 길, 그 안에 인도도, 케냐도 함께 들어가게 된 이 미묘하고 단단한 선택들이 이제는 단순한 이동이 아닌 여행의 서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