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지 경유하려 했을 뿐인데, 비자 때문에 여행 전체가 달라졌다
항공권을 두 구간으로 나눠 끊는 데까지는 잘 풀렸다.
한국에서 인도 뭄바이까지는 베트남항공, 그리고 뭄바이에서 마다가스카르까지는 케냐항공.
총비용은 130만 원대. 처음 검색했던 항공권의 절반이었다.
그런데 계획이 구체화될수록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하나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첫 번째 고민은 인도 경유 구간이었다.
한국에서 뭄바이에 도착하는 시각은 밤 9시 20분, 마다가스카르로 출발하는 비행편은 다음 날 아침 6시 10분이었다.
처음엔 그냥 공항 안에서 기다리면 되겠지 싶었다.
하지만 항공권을 따로 구매한 탓에, 짐을 다시 찾고, 체크인을 다시 해야 했다.
그 말은, 나는 어쨌든 인도 땅을 밟아야 한다는 것. 즉, 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처음엔 단순하게 생각했다.
‘Transit Visa 하나 받으면 되겠지.’
검색해보니, 72시간 체류 가능하고, 가격도 10달러 정도로 저렴했다. 하지만 곧 더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
마다가스카르에서 40일 이상 체류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돌아오는 비행편은 한 달 반쯤 뒤에야 뭄바이에 도착하게 된다.
즉, 나는 인도에 두 번 입국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럼 Transit Visa는 탈락.
1회 입국만 가능하고, 출국이 72시간 내여야 하며, 돌아올 때 또 따로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건 e-Tourist Visa 기본 옵션은 30일, 1회 입국에 비용은 약 25달러.
그런데 이건 또 내 일정과 맞지 않았다.
마다가스카르에 40일 넘게 있는 이상, 돌아오는 시점에는 이미 비자 유효기간이 끝나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때 알게 된 옵션이 있었다.
1년짜리 e-Tourist Visa (Multiple Entry)
- 발급일 기준 1년 동안 유효
- 입국당 최대 90일 체류 가능
- 두 번 이상 인도에 들어갈 수 있음
- 비용: 약 40~45달러
처음엔 ‘1년이나 필요할까?’ 싶었지만, 내 여행일정엔 이게 유일한 정답이었다.
뭄바이 도착 후 공항 밖으로 나와야 하고, 돌아오는 길엔 시내에서 며칠 머무를 계획이었으니까.
나는 결국 1년 복수입국 e-Tourist Visa를 신청했다.
25달러짜리로 아끼려다 여행 일정 자체가 꼬일 수 있는 상황이었고, 나중에 또 다시 비자를 신청하는 번거로움도 피하고 싶었다.
비자 하나 결정하는 데만 몇 시간, 수십 개의 블로그와 정부 공식 홈페이지를 오가며 나는 하나하나 선택의 근거를 쌓아갔다.
여행이란, 티켓을 끊는 걸로 시작되는 게 아니었다.
경유 시간 하나, 짐 찾는 순간 하나가 전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모든 걸 내가 직접 선택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만큼 이 여정은 내가 만든 이야기가 되었다.
누구도 대신 짜주지 않은, 내가 계획하고, 감수하고, 완성해 가는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