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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어진 계획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떠나게 됐다

by 블마리 2025.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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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로 떠나기 전, 함께 떠날 동행들을 만나기 위해 일산으로 향했다.

처음 이 여정을 준비하던 건 1년 전이었다. 그땐 ‘팀’이 함께 가는 줄로만 알았다.
같은 비전, 같은 목적을 품고 함께 걸어갈 사람들이라 생각했지만 지도자가 바뀌고 그 팀은 네팔행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뒤엔 장기 체류 동행자들과의 준비가 이어졌지만 그것마저도 계획대로 풀리지 않았다.
함께 가기로 했던 사람 중 한 명은 가정사로 빠지고, 남은 둘 중 한 명도 경제적 이유로 일정이 3주로 축소됐다.
심지어 출발일도 엇갈렸다. 6월 말에 함께 가기로 했던 일정은 다른 친구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7월 20일 이후로 미뤄졌다.

결국, 비행기 가격 때문에 나와 아이만 먼저 출발하게 되었다.
10일 먼저 떠나는 것이 비용적인 문제에서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계획이란 건, 정말 사람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듯했다. 그래도 가야 하니까, 준비는 해야 하니까.

우리는 그날, 일산의 한 자리에서 마주 앉아 현지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과 준비물들, 그리고 궁금한 점들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 세탁기는 쓸 수 있을까?
  • 따뜻한 물은 나올까?
  • 전기포트는 있을까?
  • 복장은 어떤 스타일로 준비해야 할까?

아프리카에 가는 동행자들은 젊기도 하고 처음 가는 아프리카라 궁금한 것이 끝이 없었다.

위의 궁금중에 나는 아는 경험담을 공유해 주었다. “세탁기는 있지만 현지 물사정을 고려한다면 탈수 기능 정도만 쓸 수 있을 거야.
현지인이 빨래를 도와줄 거고, 비누 거품 속에 담갔다가 대충 헹군 뒤 널어 말린 빨래를 건네줄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아마 뜨거운 물도 순간온수기가 있을 거라 가능하지만 샤워 시간을 빨리하고 나와야 할 거야, 많은 기대치를 내려놓고 가야 할 거야.”

동남아와는 또 다른 환경이라 기대치를 확 낮추고, 웬만한 건 다 준비해 와야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이다라고 현지 친구도 비슷한 답을 전해왔다.


우리는 각자 맡을 프로그램도 나눴다.

  • 영상 제작·편집은 3주 있다가는 친구가, 청소년 프로그램은 2달 같이 있을 친구가 현지에서 인쇄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나는 종이 접기나 미술 수업, 위주로 하고 아이는 고무줄 팔찌 만들기를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기로 했다.

그리고 다 같이 진행할 활동은 게임, 전통 놀이, 비즈공예, 양말목공예 등 그때그때 맞춰 유연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나는 캐리어 제공해 주고 공동 짐은 후발대가 준비해서 들고 오기로 하고  각자 필요한 개인 물품도 정리하며 그날 모임은 자연스럽게 마무리됐다.

서로의 상황은 달랐고, 계획은 예상과 달랐지만, 우리는 한 가지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한국에서의 첫 모임이자 마지막 모임이지만 서로의 무사한 출국과 도착을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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