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화물 23kg에 모든 걸 담기 위한 싸움보다 집 정리가 더 힘들다

by 블마리 2025. 7. 22.
반응형

떠날 날이 다가오고 있고 마음은 조급해진다.
마다가스카르까지 가는 길.
머릿속에선 이미 수십 번 도착했지만 현실은… 이삿짐을 싸는 데 있다.

출국이 가까워질수록 장바구니는 더 자주 열리고 리스트는 더 길어졌다.

처음엔 이마트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만 먼저 살 생각이었다.
카레가루 몇 개, 마른반찬, 장종류 정도.
하지만 갈수록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빠지면 안 될 것 같았다. 결국 킴스클럽, 노브랜드, 다이소까지 동선 계산해 가며 돌고 또 돌았다.

한쪽 팔엔 물건을 담은 장바구니 다른 한 손으론 휴대폰에 적어둔 목록을 확인하며 “이건 액체라 안 되고, 이건 무게가 너무 나가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내 모습이 꼭 물류 담당 같았다.


짐을 싸기 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했던 건 *‘우리가 실제로 가져갈 수 있는 짐의 한도’*였다.

케냐항공은 23kg짜리 화물 2개까지 가능하지만, 우리가 처음 탑승하는 베트남항공은 화물 23kg 단 1개. 결국 모든 짐의 기준은 가장 작은 쪽에 맞춰야 했다.
나는 큰 화물 가방엔 공예 재료, 먹거리, 가벼운 패딩 등을 넣기로 했고, 기내용 캐리어엔 입을 옷, 필수 세면도구, 속옷, 양말등을 담기로 결정했다. 마다 날씨가 겨울이다 보니 긴팔을 챙기다니 부피가 늘어났다.
그리고 백팩엔 여권, 서류, 전자기기, 아이 간식, 기내에서 꺼낼 짐들을 넣기로 했다.

머릿속은 끊임없이 분류 중. “혹시 짐이 1kg이라도 넘으면?” 그땐 공항 바닥에서 트렁크 열고, 넣다 뺐다 해야 한다.

 

짐을 다 싸기 전에 나는 내 루틴을 잊지 않았다.

“집을 떠나기 전에, 집을 비워놓을 준비부터.”

짐 싸기 전 청소기를 돌리고 쓰레기를 모아 분리수거장에 버리고 이불을 털고 세탁기에 돌리고 널고 옷가지들 정리해서 박스 안에 넣어 두었다. 왜냐면 돌아왔을 때 먼지 쌓인 집을 마주하고 싶지 않으니까.
여행이 시작되는 건 공항이 아니라, 문을 닫고 나가는 순간부터니까.


그렇게 짐을 싸고, 청소하기를 이틀이 소요되었다. 마지막날은 

새벽까지 짐을 싸고 무게를 확인하고 정리하면서 아침에 공항 가서 아이와 함께 먹을 유부초밥을 싸야 했다.

냉장고를 마지막으로 비우기 위해 밑반찬을 만들고 유부초밥까지 싸다 보니 결국 내가 잤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시간 30분. 핸드폰 알람이 울릴 때, 마치 ‘눈을 감기 전에 이미 깨는 기분’이 들었다.
긴장은 풀리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깨끗해진 집을 보며 스스로에게 “잘했어”라고 말해주었다.

 

짐은 겨우 싸졌고 집은 정리됐고 초밥은 반듯하게 도시락통에 들어갔다.

나는 탈진에 가까운 몸을 일으켜 아이를 깨워 언제 씻을 수 있을지 모르니 샤워를 시켰다
떠나는 날은 언제나 정신이 없다. 하지만 정신없는 그 하루가 여정의 첫 번째 페이지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잘 다녀올게, 우리 집.”

 

반응형